“간식” “달라” “집사야” “산책” “가자” “행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에는 반려견이 ‘단어 버튼’을 눌러 반려인과 소통하는 영상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상황에 맞게 버튼을 누르는 개들의 모습을 보면 실제로 단어를 이해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로 개들이 단어 뜻을 아는 걸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지난 9일(현지시각) 페데리코 로사노 교수 등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UCSD) 비교인지연구소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공개한 논문에서 “‘단어 버튼’을 누르도록 훈련받은 개들은 단순히 반려인의 행동을 따라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두 개 이상의 버튼을 눌러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어 버튼 혹은 사운드보드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버튼을 누르면 ‘바깥’ ‘간식’ ‘놀이’ ‘배변’과 같은 특정 단어가 나오도록 고안된 장비로, 이미 많은 반려인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 30곳을 관찰해, 개들이 버튼을 누를 때 나오는 말을 이해하고 적절히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이때 연구진은 개들이 두 개 이상의 버튼을 조합해 누르는 모습에 주목했다. 이러한 패턴은 1980~90년대 미국 ‘야키스 영장류 연구소’에서 렉시그램(그림 문자)를 이용해 인간과 소통했던 보노노의 반응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개가 진짜로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민과학’을 이용했다. 단어 버튼을 200회 이상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반려인들에게 개들의 사용 패턴을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반려견 152마리가 21개월 동안 버튼을 누른 데이터 19만5000여 건을 취합해 분석했다. 개가 직접 버튼을 누른 것 이외에도 반려인이 시범을 보인 6만5000여 건까지 포함해 총 데이터는 26만 건에 달했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분석해 개가 버튼을 누르는 것이 무작위인지, 반려인에 대한 모방인지 아니면 정말 의도를 담은 것인지 확인했다.
그 결과, 개가 버튼을 누르는 패턴은 무작위적인 우연이 아닌 의도적인 의사소통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개월 관찰 기간 동안 개 한 마리가 버튼을 누른 날은 평균 98일로 기록됐는데, 일 평균 누른 횟수는 10.9회였다. 개들이 가장 많이 누른 버튼은 외부·간식·놀이·배변 등 개의 일상 활동과 필요에 대한 내용이었다. 특히 외부와 배변, 음식과 물 같이 의미를 담은 두 버튼을 잇달아 누르는 조합이 자주 나타났다.
로사노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개가 실제로 단어 버튼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한 최초의 과학적 연구”라면서 “개는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과학매체 뉴로사이언스뉴스에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개들이 ‘잃어버린 장난감’처럼 과거 또는 미래를 지칭하는 버튼을 조합해 사용할 수 있는지 또는 특정하는 단어가 없는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버튼을 조합할 수 있는지를 추가로 연구할 예정이다.
로사노 교수는 “만약 개가 사라진 물건이나 과거의 경험 또는 미래의 사건 등을 표현할 수 있다면 동물과의 의사소통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4-79517-6
김지숙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