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17일 대통령 경호처 서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인데도 대통령실이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어 거듭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인데,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를 허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의 내란 수사 협의체인 공조본은 1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경호처 서버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비화폰 서버 확보가 목적이었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이 있었던 지난 3일 윤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6차례 통화했고, 윤 대통령은 조 청장에게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10시20분께 용산 대통령실에 수사관들을 보냈지만 경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저녁 6시께 철수했다. 비상계엄과 관련한 대통령실 압수수색 시도는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지난 11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8시간가량 대치 끝에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받는 데 그쳤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이 아직 권한을 유지하던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이후에도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가로막힌 사례가 있다. 국정농단 특검팀이 2017년 2월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을 때 한광옥 당시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이 불승인 사유를 제출하고 압수수색을 막았다. 그 뒤 특검팀은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보내 압수수색 허가를 요청했지만, 황 권한대행 역시 이를 거부했다.
이날 대통령 경호처는 압수수색을 거부했지만 경찰 특수단에 “압수수색 집행 협조 여부를 검토한 후 내일 알려주겠다”고 통보하며 여지를 남겨뒀다. 경호처 압수수색 문제를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내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총리가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대통령실의 관리 책임자는 정진석 비서실장이나 경호처장이지만, 이들도 결국 한 권한대행의 지시를 따르는 상황”이라며 “한 대행이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영장 집행을 막는다면 수사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email protected] 이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임재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