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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 휴게 시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12일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동부 도네츠크주 전선 휴게 시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병력 일부에서 사상자가 나왔다고 16일(현지시각) 밝힌 것은 북한군 파병을 확인한 지 약 두달 만이다. 미국은 지난달 초부터 우크라이나 쪽에서 계속 제기해왔던 우크라이나군과 북한군 교전설에 대해서도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미국이 북한군 파병을 처음 확인한 것은 지난 10월23일이었다. 당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에 이렇게 밝힌 뒤 “그들이 그곳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느냐, 그건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월17일 북한이 약 1만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밝힌 지 엿새 뒤, 그리고 한국 국가정보원이 10월18일 북한군 병력 이동이 시작됐다고 발표한 지 닷새 뒤에야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첫 교전을 벌였다고 밝힌 것도 지난달 5일이었으나, 미국 당국이 전투작전 참여를 확인한 것은 지난달 13일이었다. 당시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 동부로 파견된 1만명 이상의 북한 병사 중 대부분이 러시아 서부 끝인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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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은 최근까지도 북한군이 주로 러시아군이 영토 탈환 작전을 펼치는 쿠르스크주에서 러시아군 후방 지원을 맡아온 것으로 여겨왔는데, 이제는 북한군이 최전선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같이 언제부터 싸우기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일주일 조금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라이더 대변인은 북한군 참전이 아직은 쿠르스크주에 국한되어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돼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는 북한 고위급 장성 등에 대한 독자제재 조치를 17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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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날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과 북한의 핵·미사일 자금 및 물자 조달에 관여한 개인 11명, 기관 15곳을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러시아를 지원하는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신금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 북한군 소속 미사일 기술자 리성진 등이 올랐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 폭풍군단(11군단)과 그 단장 리봉춘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도 16일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북한에 금융·군사 지원을 한 개인 9명과 단체 7곳을 제재했으며, 국무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제재 대상 3개를 추가로 지정했다. 제재 대상에는 김영복 부총참모장과 러시아에 파병된 또 다른 북한 장성인 리창호 정찰총국장이 포함됐다. 유럽연합이 발표한 북한 고위급 추가 제재 리스트에는 김영복 부총참모장과 노광철 국방상 등이 포함됐다.

조기원 기자, 박민희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