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에 대해서는 반인종주의적 인종주의로 대적해야 한다고 누가 말했다는데, 일본 우익을 보면 그 말이 생각난다. 그들의 못된 버릇을 제대로 고쳐주려면, 한 번 그들을 식민지배해서 예전에 자신들이 식민지배했을 때 당한 사람들의 처지가 얼마나 처참했는지 그들도 직접 느껴보게 하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당한 만큼 안다, 아픈 만큼 큰다는 얘기는 진리에 가깝다.
이나다 도모미라는 일본 여성 국회의원이 자신이 포함된 3명의 자민당 의원을 공항에서 돌려보낸 한국에 대해 일본도 유사한 보복조처를 취하자고 선동했다. 18일 우익 <산케이신문>의 고정 칼럼 ‘정론’에서 이나다는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우리나라 고유영토다. 한국이 영유한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다”며 이렇게 썼다. 한국처럼 일본도 일본 고유영토인 북방영토(일본이 자국영토라 주장하는 쿠릴열도 섬 4개)와 ‘다케시마’(독도)를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 3명과 각료 5명에 대해 “우리나라 고유영토에 우리나라 허가 없이 침입한” 불법입국죄로 일본 입국을 거부하는 대항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당한 만큼 알게 된 건진 모르겠으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자신들의 직계 선배들이 수십년간 수많은 이웃 아시아 사람들의 고혈을 빨고 괴롭히다 죽였고, 자신의 오늘이 바로 그 토대 위에 서 있다는 것, ‘독도문제’라는 것도 거기서 파생됐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 이나다는 일제의 난징 대학살도 허구라고 주장한다. 자신은 당해보지 않았으니까. 일본 패전으로 ‘광복’이 이뤄졌을 때 우리에겐 반인종주의적 인종주의로 인종주의를 청산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갔다. 청산당한 건 친일·식민 인종주의가 아니라 반일·반식민 인종주의였다.
차라리 일본이 독도나 ‘북방영토’에 갔다 온 한국사람들의 일본 입국을 정말로 모조리 거부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양국이 보복조처에 나서고 마침내 한·일이 독도문제로 단교하고 전운까지 감도는 그런 사태까지 차라리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물론 안 되겠지만, 그렇게라도 다시 한 번 60여년 전 시작점으로 되돌아가 인종주의 청산 기회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때는 우리와 같은 식민침략 피해자 북의 동족과 다시 연합하고 최근에야 다시 왕래하게 된 또다른 식민침략 피해자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도 새로운 차원의 관계를 맺는 거다. 그리하여 늘 한 세트로 움직이는 미국·일본만 바라보면서, 굶어 죽어가는 북의 동족을 마치 고장난 자동인형처럼 끊임없이 욕해대고 저주하는 굴욕적이고 정신분열증적인 인종주의를 청산하고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찾는 거다. 외부 가해자들이 식민과 분단의 원죄조차 절대악으로 상정한 북의 망해가는 작은 나라 하나 탓으로 돌리며 자신들을 선으로 분칠하는 이 이상한 시대를 끝장내는 거다.
이나다와 일본 우익들에 권고한다. 좀더 오른쪽으로 화끈하게 치달아 스스로를 아시아에서 철저히 고립시킴으로써 온갖 모순을 양산한 그 못된 인종주의를 제대로 청산할 기회를 만들어 주기를!
논설위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