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인공지능(AI)이 인간 삶에 일상적 환경이 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은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어떻게 변화할까? 인공지능의 기억과 계산, 판단에 더욱 의존하는 뇌는 지금보다 점점 작아질까? ‘사회적 행위자’의 역할을 넓히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유전자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자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진화의 자연선택 이론에 바탕을 두어 인간 진화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진화생물학자의 논문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인간 삶에 일상적 환경이 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은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어떻게 변화할까? 인공지능의 기억과 계산, 판단에 더욱 의존하는 뇌는 지금보다 점점 작아질까? ‘사회적 행위자’의 역할을 넓히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 유전자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자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진화의 자연선택 이론에 바탕을 두어 인간 진화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진화생물학자의 논문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인공지능(AI)은 미래의 인간 삶을 어떻게 바꿀까? 인간은 고도로 발전할 인공지능 기술과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까? 대표적인 미래 시나리오 중 하나는 암울하다. 어느 날 초지능으로 도약하는 인공지능은 인간 통제에서 벗어날 테고, 그로 인해 인간은 절멸하거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한 몸이 되는 강력한 사이보그 인간이 되리라는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얼마 전 또 다른 미래 예측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생물학술지 ‘계간 생물학 리뷰’에 실린 ‘인공지능은 어떻게 인간 진화에 영향을 끼칠까’라는 제목의 논문은 진화생물학자가 바라보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던져준다. 저자인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로버트 브룩스 교수는 먹고 먹히거나 경쟁하는, 또는 공생하거나 기생하는 자연 생태계의 다양한 진화 전략들을 참조하여, 인공지능이 인간 생물학과 행동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다각도로 따져보며 예측한다.

광고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인간 뇌가 아주 느리지만 점차 작아지는 추세가 인공지능 시대에 촉진되리라는 예측이다. 이미 다른 연구들에서도 인간 뇌는 대략 5000~3000년 전부터 기억, 계산, 계획 같은 기능을 사회제도나 기록문서에 맡기면서 그 기능과 크기가 점차 줄어들었음이 밝혀진 바 있다. 이런 뇌 크기의 감소 속도는 앞선 시기의 수백만년 동안 일어난 뇌 증가 속도에 비해 50배나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논문 저자인 브룩스 교수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이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이제는 글쓰기나 인간관계 같은 사회적 인지까지 더 많은 뇌 기능을 외부에 아웃소싱함으로써 뇌 크기는 계속 작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게다가 작은 뇌는 안전한 출산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진화 과정에서 더욱 쉽게 선택된다.

인공지능을 ‘사회적 행위자’로 바라보는 관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가상 친구나 애인이 되고 짝을 찾아주는 중매인 구실을 하면서 인간관계와 행동이 달라지고, 이런 작은 변화가 선택되고 누적되면서 점차 미래 세대의 유전자 변이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에 인간의 관심을 착취하는 기생형 인공지능이나 인권을 침해하는 포식자 인공지능처럼 부작용을 낳는 기술의 등장은, 자연 생태계에 나타나는 공격과 방어처럼 이를 회피하거나 이에 저항하는 기술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화 경로는 이처럼 복잡하고 우연한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

저자는 비영리 독립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실은 글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과 인간 사회를 두고서 인간 진화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려 한다면 그것은 사실 “멍청한 짓”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극단적인 미래 시나리오가 아니라 포식자와 피식자, 숙주와 기생자, 공생자와 경쟁자 같은 생태적 관계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은 인간의 미래가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의 단순한 시나리오에 갇히기보다 자연에서 흔히 관찰되듯이 우연적이고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