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따라갈수록 나는 거짓말이 되어가. || The more I follow people the more I become a lie
February 27, 2020
중계천
의자가 모두 젖어 있어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왕십리역 중계천, 물속을 헤엄치는 잉어를 따라 쥐 한 마리가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대가리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저 쥐 좀 봐, 누구는 잉어 같고 누구는 쥐새끼 같겠지.
사람들을 따라갈수록 나는 거짓말이 되어가.
물 밖으로 나온 쥐의 머리처럼 나는 헉헉거렸다.
나는 자꾸 나를 배제한다. 흔들리는 것은 모두 손짓 같았다.
전광판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나왔다.
한 사람의 옷 속에서 다른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사람들이 연이어 걸어 나왔다. 둘둘셋셋 대화처럼 불을 내뿜었다.
불가능을 보여주는 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어.
처음 서커스를 관람하는 휘둥그레한 눈빛이 되고 싶어. 잉어를따라 헤엄쳐가는 쥐처럼 숨을 거스르고 싶어.
바닥까지 가라앉고 나서야 시체는 다시
물 위로 떠오른다고 한다. 나는 의자들과 함께 젖었고 드디어 걸어갔다.
The Junggye River
The benches are wet. I have no choice but to walk.
Carp swim in the Junggye River near Wangsimni Station. A rat swims after them. Its head moves up and down. Down and up.
Look at that rat. Some of those might be carp. The others,
just pathetic rats. The more I follow people the more I become a lie.
I gasp like the rat’s head that pokes out from the water.
I exclude myself over and over. Whatever shakes is like a hand gesture.
Cirque du Soleil plays on a billboard screen.
From inside a person’s suit, another person walks out. One after another, more people walk out. In twos and threes, they breathe fire like conversation.
I want to be a circus member and perform impossibilities.
I want to be round-eyed with wonder as if watching a circus show for the first time. I want to swim against my breath like the rat going after carp.
Dead bodies only float after they sink. I’m wet, with the benches. Finally I walk.
아홉 살
도시를 만드는
게임을 하고는 했다. 나무를 심고 호수를 만들고 빌딩을 세우고 도로를
확장했다. 나의 시민들은
성실했다. 지루해지면
아이 하나를 집어 호수에
빠뜨렸다. 살려주세요
외치는
아이가 얼마나 버티는지
구경했다. 살아 나온 아이를 간혹은
살려두었고
다시 집어 간혹은 물에 빠뜨렸다. 아이를
아무리 죽여도 도시는 조용했다.
나는 빌딩에 불을
놓았다.
허리케인을 만들고 전염병을 퍼뜨리고 UFO를 소환해서 정갈한 도로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선량한 시민들은 머리에 불이 붙은 채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내도시바깥으로도망쳤다. 나는도시를벽으로둘러쌌다. 나는도시를벽으로
둘러쌌다. 그러나모든것을
태우지는 않았다.
나의 시민들이 다시 도시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만 나는 도시를
망가뜨렸다. 더 놀고싶었기 때문에. 더 오래 게임을 하고 싶었으니까. 나는 나의
시민들에게 미안하지
않다. 아무래도
미안하지가 않다.
약간의 사고와 불행은 나의 시민들을 더 성실하게 했다.
9 Years Old
I often played
a city building game. Planted trees, made lakes, erected buildings
and expanded roads. The citizens were
honest and diligent. When I got bored
I would drop a child
into a lake. Help!
I watched
how long the screaming child
would last. From time to time
I’d let the survivors live.
Or throw them back in the water. No matter
how many I killed, the city remained quiet.
I set buildings
on fire.
I created hurricanes, spread disease and called UFOs to devastate the clean, tidy roads. My kind-hearted people shrieked and ran around.
Their hair aflame. They fled from my city. So I enclosed it with a wall. But I didn’t
burn all.
I destroyed the city
just enough for my people to restore it. To keep the fun going. To play the game longer.
I’m sorry, my people. I don’t
feel sorry. I just don’t.
A few accidents and some misfortune
is where they get their honest dilig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