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귀화한 탁구 대표팀 탕나 선수. <영상미디어팀>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중국에서 귀화한 탁구 대표팀 탕나 선수. <영상미디어팀> 조소영 피디 [email protected]

스포츠 36.5도 데이트 / 중국출신 탕나
‘생활의 99%는 훈련’ 감독도 혀 내두른 악바리

“토·일요일, 밤 모두 무시하고 훈련에만 매달려요. 생활의 99%는 훈련, 1%는 연구라 보면 됩니다.” 강희찬 대한항공 여자탁구단 감독은 그가 ‘지독한 훈련기계’라고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탁구환자’라고까지 했다. 실제 그는 “오전 9시10분부터 12시10분, 오후 2시반에서 6시까지 팀 공식훈련을 하며, 늦은 밤까지 팀 훈련장(인천 서구 원당동)에서 개인훈련을 한다”고 했다. 휴일도 없다. 중국 각종 대회 주요 경기를 인터넷으로 찾아내 주요 선수들 플레이를 연구하는 것도 그의 주요한 일과.

중국 지린성(길림성) 창춘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귀화한 뒤 지난 20일 여자탁구 태극마크를 달게 된 탕나(27). 귀화하면서 얻은 한국이름은 당예서(唐汭序). 2000년 4월, 대한항공 선수들 훈련파트너로 한국에 온 뒤 8년 만에 그는 한국여자탁구 제1인자로 우뚝 섰다. 최근 단양에서 열린 2008 세계단체선수권(2.24∼3.2, 중국 광저우)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전 전승으로 1위에 올랐다. 앞서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탁구선수권에서도 여자단·복식을 제패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한국여자탁구 평정’과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어느새 중국 쪽에도 알려져, 중국 탁구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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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단 탕나 “한국탁구 수준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탕나가 헤쳐나가야 할 길은 아직 험난하다. 당장 다가올 세계대회서 성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2008 베이징올림픽 출전 꿈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한국팀이 중국에 비해 약하다. 싱가포르 대만 일본도 쉽지 않다”고 걱정한다. 그는 국제대회에 한번도 출전해보지 못한 무명. 그래서 세계랭킹도 없다. 랭킹이 얼마쯤 될 것 같냐고 물으니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10대 때 중국청소년대표에 발탁되고, ‘왕년의 탁구여왕’ 덩야핑의 훈련파트너로까지 뛰었던 그였다. 하지만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중국 국가대표 꿈이 무산된 뒤, 그는 음지의 세월을 거쳐 이제 뒤늦게 한국에서 빛을 발하며 제2의 탁구인생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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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훈련파트너가 된 것에 대해 그는 “탁구 잘하고 싶어, 생각 많이 하지 않고 결정했다”고 간단히 답했다. 훈련파트너로서 그는 한국여자탁구 발전에 숨은 공신 노릇도 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석은미-이은실이 여자복식에서 왕난-장이닝을 앞세운 만리장성의 벽을 넘어 금메달을 딴 것은, 그가 훈련파트너로 적잖은 도움을 준 덕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귀화 뒤 한국 이름 ‘당예서’ 얻어지독한 훈련벌레…“한국 탁구 약해져” 걱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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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탁구에 대한 평가는 야멸찼다. “옛날에는 잘했는데, 지금은 수준이 많이 떨어져 있다. 이제 (국제대회서) 은이나 동메달 따기가 어렵다. 중국은 기술이 계속 올라가는데, 한국은 안올라간다.” 그는 천양지차인 두나라 탁구현실도 꼬집었다. “중국은 대표선수만 50명으로 계속 4~5년간 함께 연습을 하는데, 한국은 5명 밖에 안되고 함께 연습하는 시간도 적다. 중국 선수 훈련파트너는 45명이나 된다. 김경아를 이기기 위해 그와 같은 전형에 라바까지 같은 것을 쓰는 훈련파트너가 있을 정도다.”

오른손 셰이크핸드형인 그의 주특기는 ‘핌플’ 라바로 구사하는 백어택. 강희찬 감독은 “백어택은 전세계 최강이다. 특히 백 연타가 좋고, 박자도 빠르다. 박자 하나가 빠른 게 아니고 연속적으로 빠르다”고 평가했다. 다만, 1m58·52㎏으로 몸집이 작고, 파워가 약한 게 단점. 그런 단점을 스피드와 연타로 극복하는 스타일이다. 탕나는 “한국 선수 중에는 수비전형인 박미영(삼성생명)이 제일 까다롭다”고 했다.

탕나는 2006년 6월 중국에 가서 사업가 남자와 결혼했다. 중국에 시합갔을 때 경기장에서 만났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 지난해 고향인 창춘에 가 부모님에게 깎두기를 달라고 했다가 ‘한국사람 다 됐다’는 소리를 들으며 혼나기도 했단다. (탕나는 한국말로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하지만, 발음은 아직 부정확한 편이다. 그러나 질문을 모두 알아들을 정도로 귀가 트여 있었다.) 인천/글·김경무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사진·동영상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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