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나라가 말 그대로 ‘초비상’입니다. 벌써 열흘째입니다. 20대 청년들의 발랄한 ‘케이-팝 시위’는 신선한 감동과 동료시민으로서의 뭉클한 연대감을 선사합니다. 영하권 추위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듯 국회 앞으로 향하는 수십만 시민들에게서 우리 민주주의가 느닷없이 맞닥뜨린 절박한 위기감과 그 민주주의를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는 간절함을 읽습니다.
이번 주(12월13일치) 주말 섹션 ‘.txt(텍스트)’는 긴급하게 커버스토리를 바꿨습니다. 이미 준비된 기사를 미루고 법학자의 긴급 기고를 실었습니다. 뼛속까지 검사인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과 위험성, ‘법 바깥의 예외상태’를 바로잡을 유일한 합법적 수단인 탄핵의 긴급성과 정당성을 법 이론으로 조목조목 살폈습니다. 현 사태는 주권자 국민의 의미, 권력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마침 그와 관련된 책들을 비중 있게 소개합니다.

권력이론의 대가인 영국 학자 스티븐 룩스는 나이 여든에 전면적으로 고쳐 쓴 ‘권력이란 무엇인가’ 개정판에서 “(시민의) 자발적 순응을 끌어내는 역량”을 지닌 ‘삼차원적 권력’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한 사회의 정의와 자유는 “자유를 가장한 권력”에 속지 않을 때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검찰 개혁에 관심 있는 ‘검찰연구모임 리셋’이 공부하고 토론한 결과를 77개의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검사의 탄생’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권과 기소편의주의로 무장한 대한민국 검찰의 민낯을 고발합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또 한 번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른 12·12 담화는 ‘내란’에 실패하자 ‘내전’을 선동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초현실적입니다. 아무쪼록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단단한 밑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주권자인 동료 시민을 믿습니다.
조일준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