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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라이브러리

‘완전 럭키비키잔앙🍀’ 원영적 사고 GPT 제작기

조회수 1992·6분 분량
2024. 5. 21.
“이제 당분간 공휴일이 없어ㅠㅠ”
”헐, 이제 당분간 공휴일이 없는 거 있지! 근데 생각해봐, 만약에 공휴일이 너무 많아서 할 일 다 밀렸으면 스트레스 장난 아니었을 거야. 그랬다면 진짜 더 힘들었을지 몰라. 딱 지금 이 상황이 그래서 최고야🤭🤭 완전 럭키비키잔앙🍀”

-원영적 사고 GPT 대화 중


5월의 마지막 공휴일을 앞두고 있었던 5월 14일, 원영적 사고 GPT 제작자인 이소정 님을 만났다. 원영적 사고 GPT는 어떤 상황이든 원영적 사고로 바꿔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는 챗봇이다. 이제 더 이상 기댈 공휴일이 없는 최악(?)의 상황 마저도 ‘할 일이 밀리지 않아 다행’인 긍정적인 상황으로 바꿔냈다. 지옥철, 야근, 늦잠, 한화 패배까지··· 웬만한 부정적 상황에도 끄떡없다.


어떻게 ‘원영적 사고’를 GPT에게 완벽히 주입할 수 있었을까. 이소정 님에게 원영적 사고 GPT 제작기를 직접 들어봤다.


Chapter 1.

"사실 그동안 난 GPT 앞에서 흥선대원군처럼 굴었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한 마디로 ‘노코드 프리랜서’다. 노코드 교육을 계속 하다가 지금은 트루스(trus)라는 기획회사에서 파트너십으로 일하며, 노코드로 새로운 프로덕트를 기획하고 런칭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코드 프리랜서’라니, 생소하다.

노코드와 교육, 관심있는 두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주로 버블(Bubble)이라는 툴을 B2B, B2C로 가르쳤다.


원래는 개발자로 일하다가 창업을 했다. 개발자로 일할 때는 팀이 크니까 내가 프론트 개발을 하면 다른 팀원이 데이터 부분을 개발해 채워주는 형태였다. 1인분만 하면 됐다. 근데 창업을 하니까 혼자서 3인분, 5인분을 해야 되더라. 자연스레 노코드를 쓰게 됐는데, 고객 반응을 빨리 보고 싶은 상황에서는 노코드만 한 도구가 없더라. 시장이 워낙 빨리 변하지 않나. 이때부터 노코드를 적극적으로 배우게 됐다.


새로운 툴을 빨리 받아들이는 편인가 보다.

탐구력이 좀 있는 편이다. 아이폰을 누구보다 일찍 사용해서 앱스토어 들어가 거의 모든 앱을 다 다운받아 썼다. 열정 넘치던 컴공(컴퓨터공학과) 소녀였다.


그럼 GPT와도 당연히 금세 친해졌겠다.

그랬어야 하는데···. 개발자였다보니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내 밥그릇을 뺏어가는 게 아닌데, 오히려 나를 도와줄 텐데 약간의 불안함을 떨칠 수 없더라. 흥선대원군처럼 인공지능과 관련된 것은 모두 일부러 외면했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아니었다면, 아마 여전히 GPT와는 굉장히 먼 사람이었을 거다. 이 회사에서 ‘쇄국 정책을 물리치고 개화기를 맞아야 한다’하는 인공지능 개화 정책이 시행된 덕분에 GPT를 적극적으로 배우게 됐다.


인공지능 개화 정책?

대표님이 어느 날 “아이폰이 나오고 5년만에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챗GPT가 나오고 이미 2년이 지났으니, 어쩌면 3년 뒤에 세상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 그래도 눈 가리고 아웅할 것인가”라고 하시더라.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후 인공지능 한 명이 2~3인분을 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내부 KPI가 생기며, 전사적으로 열심히 GPT를 공부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GPT를 포함해 다양한 인공지능 툴을 막 연습하게 됐는데, 메이커 기질이 있다보니 뭔가 만들고 싶어지더라. 원영적 사고 GPT를 만들 운명이었나 싶다.


Chatper 2.

GPT 제작 꿀팁 : 센스 zero, 똑똑한 원칙주의자와 대화한다고 생각하라

원영적 사고 GPT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원영적 사고라는 밈이 퍼지고 한 친구가 “이거 원영적 사고로 만들어보면 재밌겠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마침 GPT도 익혔으니, “내가 만들어볼게”하고 바로 답했다. 그리고 30분만에 지금의 원영적 사고 GPT를 완성했다.


30분?! 어떻게 만들었는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우선은 다들 알고 있겠지만 원영적 사고 GPT는 유료 버전에 있는 커스텀 GPT(GPTs)로 만들었다. GPT와 대화를 주고 받으며 내가 원하는 챗봇을 만들 수 있다. 정말 별 거 없다. 그저 GPT를 센스는 전혀 없는 ‘아~주 똑똑한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하고 디테일하게 말해주면 된다.


원영적 사고를 뜯어보면 처음에 ‘물이 반이 남았다’는 사실이 있고 그 다음에는 ‘물이 더 많거나 적었다면 안 좋았을 거야’라고 가정을 한 다음, ‘그래서 물이 반이 남아서 최고야’라고 끝을 맺는다. 이걸 일반화해서 생각하면 어떤 상황을 말하고, 그것보다 더 좋거나 덜 좋거나 하는 상황을 한 번 더 말하고, 마지막에 더 좋은 것과 덜 좋은 거 모두 별로니까 결론은 현재가 최고라는 흐름이다. 어떤 상황이든 원리든 똑같으니, GPT에게 이렇게 쪼개서 원영적 사고로 답변하는 방식을 설명해주면 된다.


근데 이렇게만 알려주면 GPT가 너무 주저리주저리 말을 많이 한다. 가끔은 존댓말을 쓰기도 하고. 그래서 반말로 대답해줘, 몇백 자 이내로 얘기해줘, 라고 디테일하게 말해줘야 한다.


여기까지 했는데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게 창의성이었다. 예를 들면 “지옥철이어서 너무 힘들어”라고 대화를 걸었을 때 “지하철이 너무 지옥철이었구나. 근데 지옥철이 아니었다면 이리저리 흔들릴 일이 없었을 거야. 오히려 지옥철이라 이리저리 흔들려 균형감각을 키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완전 럭키비키잔앙🍀”라고 답하길 바랐다. 그래서 창의적인 예시 몇 가지를 알려 주고 ‘이런 게 창의적인 거야’라고 가르쳤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개선하다보니 공개할 만한 챗봇이 되더라.

원영적 사고 GPT
원영적 사고 GPT에 ‘지옥철이라 힘들어’라고 입력했더니, ‘새로운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배워서 좋다’는 꽤나 창의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나름 노하우일 텐데 이렇게 다 공개해도 되나.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느낀 도파민을 맛 봤으면 좋겠다. 사실 진짜 노하우는 ‘인공지능에게 말을 많이 걸어보는 것’이다. 인공지능에게는 아주 미미한 센스도 기대하면 안 된다. 센스 없이 대화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GPT 유료 버전 구독자만 쓸 수 있는 원영적 사고 GPT를 출시한 지 일주일 뒤, 무료 버전의 원영적 사고 GPT도 제작했다.

처음에 만든 유료 버전 원영적 사고 GPT의 클릭률 대비 이용률을 보니까 20% 정도밖에 안 되더라. 커뮤니티에 ‘유료라서 못 해봤다’ 이런 댓글들이 올라오는 것도 계속 눈에 밟혔고. 커스텀 GPT를 무료로 제작할 수 있는 툴을 찾아서 바로 배포를 했다. 역시나 무료 버전은 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도 이용률이 훨씬 높다.


이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시장 반응을 보고 맞춰서 변형시키고, 또 반응 보고 변형시키고 하면서 플라이 휠을 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정말 신난다.


각종 커뮤니티, 뉴스레터, 언론까지. 원영적 사고 GPT가 방방곡곡에 소개됐다.

도파민이 최고였던 기간이다. 창업했을 때의 경험을 살려 검색이 잘 되게 SEO 작업을 해 놓긴 했지만, 이렇게나 퍼질 줄이야. 커뮤니티나 트위터(X)에서 본 친구들이 너 여기 나왔어, 저기 나왔어 하며 퍼다 날라줬다. 어렸을 때 불렀던 노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가 귓가에서 자동재생 되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연락 안 하고 있던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됐다.


Chapter 3.

변화를 만났을 때 ‘오!’ 혹은 ‘아…’

한때 GPT를 외면했었는데 지금은 GPT로 유명세까지 치뤘다. 상황이 굉장히 극적인데.

어느 날 한 팀원이 “변화를 만났을 때 ‘오!’로 반응하면 현대인, ‘아…’로 반응하면 기성인”이라고 정의해 주더라. 나는 늘 ‘오!!!!’로만 살아왔는데 GPT 앞에서 처음 멈칫했던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다시 ‘오!’로 돌아설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이 만든 변화 앞에서 도태될 뻔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감사한 사건이다.


사람들이 모두 ‘오!’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나.

절대 아니다. 모두에게 현대인이 되라고 가능하는 건 폭력에 가까운 생각이다. 누군가는 앞서 나가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현재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나에게는 유지가 후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어쨌든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변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이 변화에 올라타는 걸 즐길 수도 있는데 기회조차 갖지 못할까봐. 그런 사람들을 보면 좀 아쉽다. 이런 마음 때문에 교육에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


나에게 교육은 공유에 가깝다. 조금이라도 앞서간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배운 걸 알려주는 거다. 그래야 다같이 잘 되지 않겠나. 만일 내가 원영적 사고 GPT 제작기를 비밀로 한다면. 그 다음에 뭐가 있을까? 난 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같이 공유하면, 더 재밌는 게 많이 만들어지지 않겠나.


‘다같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개발자 커뮤니티를 보면 자신에게 아무 이득이 없는데, 하루종일 삽질해서 얻은 결과물을 공짜로 공개해버리지 않나. 이런 공유 문화 덕분에 개발자 커뮤니티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혼자서만 알면 재미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진정한 재미는 모두가 다같이 공유할 때 탄생하는 것 같다.


오늘도 몇몇 개발자 친구들이 GPT가 업그레이드 됐다며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려주더라.* 또 ‘혼자만 레벨업’을 했다던데, 얼마나 레벨업을 했을지 굉장히 설레는 상태다. 개발자 친구들이 GPT 업그레이드 소식을 공유한 덕분에 나까지 설렘을 갖게 되지 않았나. ‘다같이’ 알면 이렇게나 재밌어진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은 GPT-4O가 공개된 직후였다.


스파르타코딩클럽의 슬로건은 ‘누구나 큰일낼 수 있어’다. 이루고 싶은 큰일은 무엇인가.

한 명이 여려 명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는 것.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료로 메시지를 보낸다는 인식이 없었다. 카카오톡이라는 서비스 하나가 전국민을 바꿔놓았다. 내가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교육, 즉 공유도 사람들에게 지식을 나눠줌으로써 영향을 주고 싶은 거다. 내가 건네준 것들 덕분에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야가 생겨나고, 또 새로운 큰일이 생겨나길 바란다. 이 인터뷰에서 건네드린 원영적 사고 GPT 노하우로 OOO적 사고 GPT가 연이어 나온다면, 그것도 일종의 큰일이지 않을까.


‘럭키비키한 순간🍀’의 시작은 변화에서부터

원영적 사고의 모든 맺음은 ‘완전 럭키비키잖아🍀’로 끝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가장 Lucky했던 순간을 물었다.

변화를 맞이했던 순간들이 아닐까. 대표적으로 아이폰을 처음 썼을 때가 떠오른다. 기술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내 자리를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생각하면 이 순간이 트리거가 되어 주었던 것 같다. 덕분에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살아왔다.


변화를 신나게 즐기는 편이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무섭기도 하다. 너무 급변하니까 조금만 적응을 못하면 금방 뒤쳐질 것 같은 불안함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싶을 때 몇년 전에 아이폰을 가지고 하루 종일 탐구했던 열정을 떠올린다.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던 그 열정이 누구도 아닌 ‘내 것’이기에 그래도 안도한다.


인공지능 앞에서 조금이라도 불안이 든다면, 차라리 올라타봐라. 내게 아이폰을 열정적으로 탐구했던 순간처럼, 여러분들이 인공지능을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순간이 ‘럭키비키한 순간’의 시작이 되길.

원영적사고제작자 인터뷰




누구나 큰일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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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팀스파르타 박영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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