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론
조합론(組合論, 영어: combinatorics) 또는 조합수학(組合數學)은 유한하거나 가산적인 구조들에 대하여, 어떤 주어진 성질을 만족시키는 것들의 가짓수나 어떤 주어진 성질을 극대화하는 것을 연구하는 수학 분야이다.
분류
[편집]조합론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조합론적 구조들을 다루며, 이들은 다음을 들 수 있다.
- 순열과 조합. 이들을 세는 문제는 12정도라는 이름으로 체계화되어 있다.
- 집합의 분할, 특히 자연수의 분할
- 문자열(영어: word)
- 부분 순서 집합은 순서로 생각할 수 있는 관계를 부여한 집합이며, 특수한 경우로 전순서 집합이나 격자 등이 있다. 이들을 연구하는 분야를 순서론이라고 한다.
- 그래프는 일련의 꼭짓점들과 이들 사이를 잇는 변들로 구성된 조합론적 구조이다. 이들을 다루는 분야를 그래프 이론이라고 한다.
- 매트로이드는 그래프를 일반화한 개념이다.
- 유한 기하(영어: finite geometry)는 유한한 수의 점과 선 등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공간이다. 이에 대하여 다양한 열거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
- 계획(영어: design)은 원래 통계학의 실험계획법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라틴 방진이 이의 특수한 경우이다. 계획 이론은 유한 기하학과 코드 이론(영어: coding theory)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조합론은 다루는 대상 대신 사용하는 기법 또는 목표로서 분류할 수도 있다.
- 계수적 조합론(영어: enumerative combinatorics)은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의 수를 세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해석적 조합론(영어: analytic combinatorics)은 해석학적 기법을 조합론에 응용하며, 보통 주어진 대상의 정확한 수보다는 이들의 수의 점근적 공식(영어: asymptotic formula)을 목표로 한다. 계승의 스털링 공식이 대표적인 예이다.
- 극대 조합론(영어: extremal combinatorics)은 주어진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상 가운데 "가장 큰" 또는 "가장 작은" 것 따위의 문제를 다룬다. 극대 그래프 이론은 그래프 이론에서 중요한 연구 분야의 하나이다. 다른 방향으로, 램지 이론도 이에 속한다.
- 위상수학적 조합론(영어: topological combinatorics)은 그래프 따위의 조합론적 구조에 위상을 주어, 보르수크-울람 정리나 호몰로지 대수학을 조합론적 문제에 응용한다. 로바스 라슬로는 보르수크-울람 정리를 사용하여 크네저 그래프(영어: Kneser graph)에 대한 크네저 추측을 증명하였다.
관련 분야
[편집]조합론은 대수학, 확률론, 에르고딕 이론, 기하학 등 수학의 여러 분야와 관련되어 있다. 또한, 전산학, 통계 물리학 같은 분야와도 관계가 있다.
역사
[편집]고대
[편집]조합론의 기초 개념은 고대 수학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기원전 10세기~기원전 4세기 주나라에서 집필된 《역경》은 양(⚊) 또는 음(⚋)의 값을 가질 수 있는 6개의 효(爻)로부터 64 = 26개의 괘(卦)를 구성하였다. 기원전 6세기에 인도의 외과의사 수슈루타(산스크리트어: सुश्रुत)는 의학서 《수슈루타상히타》(산스크리트어: सुश्रुतसंहिता)에서, 6개의 기본 맛(단맛, 신맛, 짠맛, 쓴맛, 매운 맛, 떫은 맛)을 63 = 26 − 1가지로 조합할 수 있다고 서술하였다. 이는 6개의 원소로 만들 수 있는 집합 가운데 공집합을 제외한 것들의 가짓수이다.
기원후 1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플루타르코스(46~120)는 에세이집 《윤리학》(고대 그리스어: Ἠθικά 에티카[*])의 49번째 에세이 〈잡담〉(고대 그리스어: Συμποσιακά 심포시아카[*]) 8권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 |
크리시포스는 10개의 기초 명제로부터 만들 수 있는 합성 명제는 100만 개를 넘는다고 하였다. 히파르코스는 물론 이는 거짓임을 보였으며, 긍정적 합성 명제는 10만3049개, 부정적 합성 명제는 31만952개임을 보였다.
|
” |
— [1]
|
여기서 "긍정적 합성 명제"의 수
는 10번째 슈뢰더 수(영어: Schröder number) 이며, 10개의 글자로 구성된 문자열에 괄호를 삽입할 수 있는 가짓수이다.[2] "부정적 합성 명제"의 수
는 10번째와 11번째 슈뢰더 수의 평균이다.[3]
중세
[편집]850년 경에 인도의 수학자 마하비라(산스크리트어: महावीर)는 《산법 요론(要論)》(산스크리트어: गणितसारसंग्रह 가니타사라상그라하)에서 순열과 조합의 수에 대한 공식을 제시하였다.
아랍 세계에서는 중세 스페인의 랍비 아브라함 이븐 에즈라(히브리어: אברהם אבן עזרא, 라틴어: Abenezra 아베네즈라[*], 1089~1167)는 이항 계수의 대칭성
을 증명하였다. 1321년에 랍비 레비 벤 게르숀(히브리어: לוי בן גרשום, 라틴어: Gersonides 게르소니데스[*], 1288~1344)은 순열과 조합의 수에 대한 공식을 제시하였다.
송나라의 양휘는 《구장산술》에 대한 주석인 《상해구장산법》(詳解九章算法)에서 파스칼 삼각형을 제시하였다. 이는 전대의 수학자인 가헌의 업적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나, 가헌의 저서들은 현존하지 않는다.
인도와 아랍 수학은 13세기에 유럽에 소개되었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요르다누스 데 네모레(라틴어: Jordanus de Nemore, 이탈리아어: Giordano di Nemi 조르다노 디 네미[*], 13세기 경)는 《산술》(라틴어: De elementis arithmetice artis 데 엘레멘티스 아리트메티케 아르티스[*]) 명제 70번에서 이항 계수를 삼각형으로 배열하였는데, 이는 훗날 파스칼 삼각형으로 불리게 되었다.
중세 일본에는 벨 수가 최초로 등장하였다. 《겐지모노가타리》에서의 한 일화로부터 겐지코(일본어: 源氏香)라는 놀이가 등장했는데,[4] 이 놀이에서는 5개의 향 가운데 어떤 것들이 같은 냄새의 향인지 구별하는 것이 목표이다. 가능한 해의 수는 5차 벨 수 가지다. 이 52가지의 집합의 분할은 겐지몬(일본어: 源氏紋)이라는 문양으로 나타내어져, 겐지모노가타리의 54개의 장의 각 표지에 표시되었다. (이 가운데 2개의 겐지몬은 벨 수와 관계없다.)
근세
[편집]블레즈 파스칼(1623~1662)과 아이작 뉴턴(1643~1727), 야코프 베르누이(1655~1705) 등은 조합론을 포함한 수학에 다방면으로 기여하였다. 파스칼은 1665년 사후에 출판된 저서 《산술 삼각형에 대하여》(프랑스어: Traité du triangle arithmétique)[5]에서 (이미 중세부터 알려져 있던) 파스칼 삼각형을 연구하였다. 1666년에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는 박사 학위 논문 《조합술에 대하여》(라틴어: Dissertatio de arte combinatoria)를 출판하였다.[6] 이 책에서 라이프니츠는 "조합술"(라틴어: ars combinatoria)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였다. 라이프니츠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였다.
- 순열: 라틴어: variātiō ōrdinis 바리아티오 오르디니스[*] ("순서의 차이·변화")
- 두 개의 원소로 구성된 조합: 라틴어: combīnātiō 콤비나티오[*] (이음)
- 세 개의 원소로 구성된 조합: 라틴어: conternātiō 콘테르나티오[*] (세 개로 구성된 것, 라틴어: con- + 라틴어: ternī + 라틴어: -ātiō)
- (일반적인) 조합: 라틴어: complexiō 콤플렉시오[*] (연결·연합·복합)
레온하르트 오일러(1707~1783)는 오일러 수를 연구하였고,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를 풀어 그래프 이론을 창시하였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제임스 조지프 실베스터와 퍼시 알렉산더 맥메이헌은 대수적 조합론을 창시하였고, 이 시기에 그래프 이론 역시 급속히 발달하였다. 20세기 후반에 기하학적·위상수학적 기법들이 조합론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같이 보기
[편집]각주
[편집]- ↑ Πλούταρχος. 〈Συμποσιακά〉. 《Ἠθικά》 (그리스어). VIII.9.732쪽.
- ↑ Stanley, R. P. (1997). “Hipparchus, Plutarch, Schröder, and Hough” (PDF). 《American Mathematical Monthly》 104: 344–350.
- ↑ Habsieger, L.; Kazarian, M.; Lando, S. (1998). “On the Second Number of Plutarch”. 《American Mathematical Monthly》 (영어) 105: 446.
- ↑ Gardner, Martin (1978). “The Bells: versatile numbers that can count partitions of a set, primes and even rhymes”. 《Scientific American》 (영어) 238: 24–30. doi:10.1038/scientificamerican0578-24.
- ↑ Pascal, Blaise. 《Traite dv triangle arithmetiqve, avec qvelqves avtres petits traitez svr la mesme matiere》 (프랑스어). 파리: Chez Guillavme Desprez.
- ↑ Leibnüzius, Gottfredus Guilielmus. 《Dissertatio de Arte Combinatoria, In qua Ex Arithmeticæ fundamentis Complicationum ac Tranſpoſitionum Doctrina novis præceptis exſtruitur, & uſus ambarum per univerſum ſcientiarum orbem oſtenditur; nova etiam Artis Meditandi, Seu Logicæ Inventionis ſemina ſparguntur. Præfixa est Synopſis totius Tractatus, & additamenti loco Demoſtratio Existentiæ Dei, ad Mathematicam certitudinem exacta》 (PDF) (라틴어). 라이프치히: Apud Joh. Simon, Fickium et Joh. Polycarp. Seuboldum in Platea Nicolaea, Literis Spörelianis.
- 윤영진 (2007). 《새로운 조합수학》. 교우사. ISBN 978-89-8172-379-8.
- 최설희 (2004). 《알기 쉬운 조합수학》. 경문사. ISBN 978-89-7282-681-1. 2014년 12월 5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14년 11월 28일에 확인함.
- 조성진; 김한두 (2011). 《조합론과 그래프이론》. 경문사. ISBN 978-89-6105-432-4. 2014년 12월 5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14년 11월 28일에 확인함.
- Comtet, Louis (1974). 《Advanced combinatorics: The art of finite and infinite expansions》 (영어). Dordrecht: Reidel Publishing Company. Zbl 0283.05001.
- Graham, Ronald L.; Donald E. Knuth, Oren Patashnik (1994). 《Concrete mathematics: a foundation for computer science》 (영어) 2판. Addison-Wesley Professional. ISBN 0-201-55802-5. MR 1397498. Zbl 0836.00001.
외부 링크
[편집]- Sachkov, V.N. (2001). “Combinatorial analysis”. 《Encyclopedia of Mathematics》 (영어). Springer-Verlag. ISBN 978-1-55608-010-4.
- Weisstein, Eric Wolfgang. “Combinatorics”. 《Wolfram MathWorld》 (영어). Wolfram Research.
- Weisstein, Eric Wolfgang. “Algebraic combinatorics”. 《Wolfram MathWorld》 (영어). Wolfram Research.
- 이철희. “조합수학”. 《수학노트》.
- 엄상일 (2015년 1월 16일). “KMO 여름학교/겨울학교 강의노트”.